ⓒ오마이뉴스
'미스터 쓴소리’로 유명한 조순형 의원이 한나라당에 입당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의원은 현재 무소속 신분이다. 그는 민주당 대표까지 지냈지만, 지난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과정에서 이인제 후보측의 동원선거에 항의하며 중도 사퇴한 뒤 결국 민주당을 탈당했다. 당시 탈당 이유는 대통합민주신당과의 명분없는 통합추진에 대한 반대였다.
4월 총선 때문에 한나라당에 입당
그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현재와 같은 정치 지형에서 무소속으로는 의미 있는 정치 활동을 하기 힘들기 때문에 조만간 정당에 입당할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지역주민 등 주변에서는 한나라당 입당을권유하는 사람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정치인이 이 정도 표현을 할 정도면 거의 마음이 굳어졌다고 보는 것이 맞다.
조 의원이 한나라당 입당을 생각하고 있는 것은 역시 4월 총선 때문이다. 현재 한나라당 말고도 민주당, 자유신당 등에서 그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두 당을 선택하기는 명분상 어렵다는 것이다.
탈당했던 민주당으로 돌아가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고, 이회창 전 총재가 만든 당에 간다는 것도 내키지 않는 것이 조 의원의 생각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찾은 답이 결국 한나라당 입당인 셈이다. 한나라당 입당은당선 가능성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매력을 갖고 있다. 조 의원의 지역구는 서울 성북을. 서울의 경우도 강남·북을 불문하고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우세가 점쳐지고 있는 상태이다.
'미스터 쓴소리'에게 쓴소리해야할 판
사실 조 의원의 사고는 보수적인 성향이다. 그동안 현재의 범여권 진영에서 계속 정치를 해왔지만, 그 내부에서는 보수성향으로 인식되어 왔다. 특히 대북정책같은 분야에서는 보수적인 목소리를 많이 내왔다.
그런가 하면 2004년 탄핵정국 당시에는 한나라당과 손잡고 탄핵정국을 주도하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을 반대하는데에는 한나라당만큼이나 강경했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조순형 의원에게 한나라당과의 친화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의 한나라당 입당설은 역시 당혹스럽다. 조 의원은 6선 의원이 되는 동안 한나라당 세력과는 대척점에 서서 정치를 해왔다. 무소속으로 총선을 치르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알겠지만, 그렇다고 그 정도의 정치연륜을 가진 인사가 당선 한번 더 되기 위해 한나라당에 입당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평생 현재의 범여권 진영에서 정치를 해왔던 그가 대통합민주신당과의 통합은 용납할 수 없었고, 자신이 한나라당에 들어가는 것은 정당한 일로 생각했다면 모순이다.
실용주의 시대에는 정반대편으로 당적을 옮기는 것까지 과거와는 다른 눈으로 봐야하는 것일까. 노무현 대통령에게까지 계속 쓴소리를 하다가 결국 등을 지게되었던 조순형 의원. 그의 쓴소리에 자리했던 기개가 4월 총선 당선을 위해 무너지는 것 같아 유감스럽다.
김대중 대통령에게도,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굽히지 않았던 '쓴소리'가 국회의원 당선이라는 목표 앞에서는 도리가 없는 상황이 된 것인가. 이제 '미스터 쓴소리'에게 우리가 '쓴소리'를 해야될 상황이 된 것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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