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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민주당-안철수의 잘못 빼든 칼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기초선거 정당공천폐지를 위한 공조에 합의했다. 두 사람은 기초선거 정당공천폐지를 위해 협력하기로 하고, 기초선거 정당공천폐지 공약 촉구 폐지 결의대회에 함께 참여하기로 했다. 지난해 국가기관 대선개입 특검 실시를 위한 공조에 이은 또 한번의 공조이다. 그런데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사이의 본격적 경쟁이 예고된 시점이라 이번 공조는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그만큼 공조하는 사안의 의미가 절박하게 전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측의 정당공천 폐지가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시작 단계부터 불투명해 보인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사진= 폴리뉴스

첫째, 기초선거 정당공천 문제는 선악 혹은 흑백의 논리로 접근하기 어려운 성격의 것이라는 점이다, 야당의 입장대로 기초선거 정당공천은 지방자치를 중앙정치에 예속시키거나 공천비리를 낳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기초선거 정당공천이 있었기에 소수 정당이나 여성, 그리고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후보들의 지방자치 진출이 가능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정당공천을 절대악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성격이 있다 

둘째, 정당공천이 폐지되었을 때 그것대로의 부작용이 또 우려된다. 정당의 공천은 물론 많은 폐해를 낳기도 했지만 그나마 유권자들로서는 선택의 기준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난립한 후보들이 저마다 각 정당과의 인연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유권자들로서는 선택의 기준을 찾는 것이 무척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공천이 폐지된다 해도 은밀한 내천이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크다 

셋째,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문제가 국민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사안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그동안 폐지 여부를 둘러싸고 찬반 논란을 벌여왔지만 각기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4년전 지방선거에서 우위를 점했던 민주당으로서는 현역프리미엄이 효과를 발휘될 수 있는 폐지가 유리할 것이고, 반대의 입장인 새누리당으로서는 당 지지율이 높은 상황에서 새누리당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는 유지가 유리할 것으로 판단할 법하다. 그러나 이같은 셈법과는 달리, 지켜보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여야가 사활을 걸고 다투어야 할 문제로 여겨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 사이의 모처럼의 공조에도 불구하고 정당공천 폐지를 위한 협력이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워 보인다. 물론 정당공천 폐지가 대선공약이었다는 점에서 명분은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 측이 쥐고 있다. 공약을 파기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공약의 파기라는 점만 갖고 지방선거에서 이 사안에 대한 유권자에 대한 심판을 호소하는 것도 한계가 클 것이다.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를 들며 정당공천 유지를 주장하는 정의당의 입장에도 귀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민주당내 일각에서는 끝내 공천폐지가 무산될 경우 민주당은 6월 지방선거에서 기초선거 공천을 거부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한다. 그러나 이는 자초지종이 어찌되었든, 법에 근거하여 실시되는 선거를 제1야당이 절반은 거부하는 모습이 된다는 점에서 적절한 대안이라 하기 어렵다. 새누리당이 공약 파기라는 부담을 감수하면서라도 끝내 기초선거 정당공천 유지를 고수할 때, 그에 반대하는 쪽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나 안철수 의원 쪽이나 현재의 녹녹치 않은 환경 속에서는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문제가 그 선택과 집중의 대상으로 적절했는지는 의문이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이 절대악이라면 모르겠지만, 그것이라 단언하기 어렵다면 너무 나가지 않는 것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