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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민주당과 손잡은 안철수의 운명

사슴이 호랑이 굴에 들어간 것이다.” 

민주당과의 신당창당을 택한 안철수 의원을 가리켜 윤여준 의장이 한 말이다. 그렇다면 사슴이 호랑이를 잡고 호랑이 굴을 차지하는 일이 있을 수 있을까? 힘의 논리로만 따지면 그것은 현실세계에서는 불가능하다. 호랑이 굴로 잘못 들어간 사슴은 머지않아 호랑이에게 잡아먹히게 될 것이다 

사진=폴리뉴스

윤여준의 우려는 매우 현실적이다.

새 정치가 두 분 사이의 말만 가지고 담보가 되는 건 아니다. 민주당도 친노 생각은 다를 거고.”

힘과 힘이 부딪히면 힘이 센 쪽이 빨아들이게 돼 있다.”

저쪽은 프로들이 많아가지고 온 사방에 지뢰를 깔아놓을 텐데, 그걸 밟지 말아야 할 텐데 

그렇다. 2012년에 이미 겪어보았던 일이다. 힘센 프로들은 1년 동안 박근혜에게 앞섰던 안철수를 밀어내고 단일후보 자리를 꿰어차는 수완을 보였다. 박근혜에게는 이겨본 적이 없었지만 , 박근혜를 이기곤했던 안철수는 이겼던 것이다. 지금도 안철수가 그 전철을 밟을 위험은 대단히 크다. 한번 당했으니 이번에는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가 힘의 논리를 이겨낼 수 있을지는 전혀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안철수는 이제까지의 무기를 버린 상태이다. 이제부터 잘해주겠다는 말만 믿고 독자 신당을 통한 민주당 압박이라는 무장을 해제한 것이다. 55의 통합 정신을 말하지만, 막상 창당이 되고 나면 눈 앞에 펼쳐지는 현실은 녹녹치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안철수 세력은 덩치가 너무도 작다. 현역 의원 숫자로 따지면 1262의 게임이다. 지방선거 공천에서도, 당직 인선에서도 민주당의 인물군을 당해내기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새정치연합은 창당도 하지않아 자기 대오가 정비되지도 못한 상황이다. 말이 55의 통합이지 안철수는 결국 민주당 사람들 속에 둘러싸여 정치를 하게 되는 것이다. 확실한 자기세력을 갖고 3당통합을 해서 호랑이를 잡았던 YS와는 분명히 다른 출발이다 

김한길 대표가 안철수를 향해 여러 가지로 진정성을 전한 것으로 보이지만, 민주당은 김한길만 있는 당이 아니다. 지금은 뒤로 물러서있는 친노 세력은 안철수 세력과의 한판 경쟁을 예상하고 있을 것이다. 김한길과 안철수가 하고 싶은대로 가도록 마냥 내버려두며 물러서 있지는 않을 것이다. 더구나 그들에게는 단단한 결집력이 있고 열성적인 고정 지지층이 있다. 모두가 안철수에게는 없는 것들이다. 김한길을 비롯한 민주당내 일정 세력이 안철수를 돕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을지는 그 때 가봐야 아는 일이다. 자기 이해와의 관련없이 움직이는 정치인들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만 기대하고 있을 일은 아니다. 

이렇듯 현시점에서 힘의 논리로만 따지면 안철수는 호랑이에게 잡아먹히는 어리석은 선택을 한 셈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실패를 예단할 일은 아니다. 정치라는 것이 살아있는 생물과도 같아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것임은 이번 통합선언 과정에서도 보았지만, 앞으로도 마찬가지이다. 

안철수에게는 힘의 열세를 넘어설 수 있는 두 가지 가능성을 쥐고 있다. 우선 국민의 지지를 다시 높일 수 있을지 여부이다. 아무리 당내에서의 경쟁이 세력간 힘의 논리에 의해 좌우된다고 하지만, 그 과정이 국민의 여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특히 야당의 경우는 국민의 지지가 누구를 향하느냐에 따라 당권 혹은 대선주자의 향배가 민감하게 영향을 받게 되어 있다.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결국은 그것이 누구이든 국민의 지지를 더 받는 인물과 세력이 당을 주도하게 될 것이다. 민심과 당심의 현격한 괴리는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는 환경은 되었다고 본다. 

다음으로 지방선거 이후 신당내 권력지도가 새로 그려질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쪽 사람들 가운데는 그동안 안철수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가져왔지만 안철수가 당을 달리하고 있기에 그 방법을 찾지 못했던 사람들이 적지 않다. 또한 친노 세력과 생각을 달리하는 쪽에서는 자기들의 대안부재로 인해 결속하지 못했던 현실도 있다. 이제 상황 변화 속에서 신당 내부의 권력지도는 다시 그려질 가능성이 크다. 그 과정에서 안철수는 힘의 절대적 열세에서 벗어날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가지 가능성은 결국 안철수에게 두 가지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하나는 당내의 정치논리에 갇히지 않고 국민을 바라보는 정치를 함으로써 국민의 지지를 넓혀나가는 일이 될 것이다. 다른 하나의 과제는, 그러면서도 당내에서 원군을 얻어나가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여 1262의 극단적 불균형을 넘어서는 일이 될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너무도 당연한 정치의 기본이라 할 수 있겠지만, 이제까지의 안철수에게서는 여러 가지로 미흡했던 부분들일 것이다. 

이러한 방향에서의 노력들이 의미있는 발전을 낳을 수 있다면 사슴이 호랑이 등에 타고 달리는 광경이 전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다른 것이 아닌 정치이기 때문에 가능성이 열려있는 길이다. 결국 결론은... 하기에 달렸다. 이 한마디의 말이 아닐까. 지방선거를 거쳐 최소한 차기 총선까지 신당 내부의 상황은 우리의 시선을 끌어모을 것 같다. 진흙탕 싸움으로만 가지 않고 서로가 명분있는 경쟁을 벌인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