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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박근혜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그 정치적 비밀

취임 1년을 맞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여러 언론기관들이 박 대통령 취임 1년을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중앙일보 62.7%, 한국일보 61.6%, SBS 63.6%, KBS 63.1%의 응답자가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지지하거나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 내내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정치적 논란이 계속되었음을 생각하면 이같이 높은 지지율의 배경에 관심이 간다 

여러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우선 박 대통령 고정적 지지층의 견고함을 들 수 있겠다. ‘묻지마지지라는 말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충성도가 높은 박 대통령 지지층은 어떤 일이 발생해도 이탈하지 않는 모습을 2012년 대선정국 때부터 이미 보여온 바 있다. 연령적으로는 50대 이상, 지역적으로는 영남과 충청 등의 지역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취임 1년을 맞은 박근혜 대통령 (사진= 폴리뉴스)

그러나 고정적 지지층의 견고함만으로 18대 대선 득표율을 넘어서는 지지율을 온전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추가적인 지지율 상승 부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전체적인 정치구도, 특히 야권의 상황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18대 대선 이래 현재까지 우리 정치는 진영 간의 대결 양상을 일관되게 보여왔다. 18대 대선에서 격하게 진행되었던 여-야 혹은 보수-진보 간의 대결은 지난 1년간에도 고착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묻지마 지지현상이 확산된다. 아무리 국정원 대선개입 논란이 불거지고 대통령의 불통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어도 진영 간의 대결 구도 속에서 무조건 박 대통령을 지지해야겠다는 층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한 도덕적 판단이 아니라 진영 간의 대결 속에서 누구의 편을 들 것인가 하는 선택이었다. 연령적으로는 50~60, 지역적으로는 영남과 충청에서 박 대통령 지지율이 대선 때보다도 상승하는 것은 이같은 진영 논리에 따른 묻지마 지지의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오히려 그 쪽 진영의 결집을 촉진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진영 간 대결구도에서는 기본적으로 여권 혹은 보수 진영이 정치지형상 유리하게 되어있음을 말해주는 결과이다 

박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가능하게 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은 야권의 대안부재 상황이다. 야당은 박근혜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하지만 박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는 중도층의 이탈을 가져오지 못한다. 그것은 이들 중도층이 이탈을 해서 이동할만한 다른 대안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 대통령에 대한 소극적 지지 혹은 유보적 기대층이라 할 수 있는 층의 이탈 현상이 생겨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만약에 야권이 DJ같은, 대중적지지 기반 위에서 대통령과 겨룰 수 있는 정치리더가 있었다면 상황은 크게 달랐을 것이다. 결국 무기력하고 대안으로 여겨지지 못하는 야권의 상황이 박 대통령 지지로 가있는 중도층을 끌어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얼핏보면 수수께끼와도 같은 박 대통령 지지율의 비밀은 이렇게 우리 정치구도의 문제와 맞물려있다. 기본적으로 여권과 보수에게 유리하게 되어있는 진영 간 대결구도의 지속, 그리고 그 속에서 국민의 지지를 얻을 대안적 정치세력이 부재한 상황이 박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떠받쳐주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보면 박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특별히 국정수행을 잘해서라기 보다는 우리 정치의 구조적 문제의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를 견제하고 넘어서려는 범야권세력이 갈 길은 명확하다. 한국정치의 구조를 재편하는 것이다. 진영 간 대결의 구도를 해체하고 대안적 리더십-대안적 정치세력을 만드는 일. 그것이 결국 박근혜 정부를 넘어서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