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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기초선거 무공천, 새누리당의 안면몰수식 공격

민주당의 안면몰수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나 황당하기는 매한가지이다.” 민주당 내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기초선거 무공천 철회 목소리를 겨냥한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의 말이다. 홍 사무총장은 이번 논란은 민주당과 안 의원의 국민기만극을 더욱 부각시켜주고 있다면서 이런 구태세력이야말로 철퇴의 대상임을 국민들이 잘 판단해 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주장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홍지만 원내 대변인도 "합당 명분이 기초선거 무공천이었는데 그것마저 뒤집고 다시 공천을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무공천을 철회하려면 합당 무효선언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새정치민주연합의 기초선거 무공천 재검토론을 향한 새누리당의 공격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 광경을 보노라면 이 순간 정말로 안면몰수하고 있는 것은 누구인가를 되묻게 된다. 새누리당이야말로 기초선거 무공천 문제에 대해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입장이다. 주지하듯이 새누리당은 기초선거 무공천을 박근혜 후보의 대선공약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새누리당의 태도는 돌변했다. 대선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기초선거에서의 정당공천을 폐지하자는 민주당 등의 요구를 끝내 거부하며 자신들은 진작부터 기초선거 공천준비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대선 공약 파기에 따른 사과 한번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무공천이 가져올 어부지리의 결과를 기대하며 한껏 고무된 표정이다. 대선 때 박근혜 후보가 내걸었던 약속을 파기한데 대한 미안함같은 것은 찾아볼 길이 없고, 거꾸로 약속을 지키겠다는 야당을 향한 공격에 매달리는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홍문종 사무총장이 말한 안면몰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물론 새정치민주연합으로서도 곤혹스러운 면은 있다. 애당초 기초선거 무공천을 통합의 고리로 내세우는 무리를 했기 때문에, 이제와서 무공천 재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국민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무공천을 했을 때, 기초선거에서 새누리당에게 완패를 당해 결국 새누리당만 도와주게될 어리석은 선택이라는 비판도 일리가 있지만, 반대로 이제와서 무공천을 번복했을 때 신당이 아예 정치적으로 사망해버리는 사태가 빚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기우만은 아니다. 참으로 어려운 기로에 서있는 것이 새정치민주연합의 사정인 듯하다.  

이러다보니 정작 약속을 파기한 당사자인 새누리당은 여론의 비판에서 벗어나 태연하게 즐기고 있고, 거꾸로 약속을 지키려는 야당이 여론의 비판을 받으며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려있는 형국이 되고 있다. 이번 선거에 대한 정파적 유.불리를 넘어 유권자들에게서 가치의 전도 현상이 빚어진다면 이는 바로 잡아야 할 대목이다. 약속을 파기한 쪽이 호통을 치고 선거에서 유리한 상황을 맞는 것은 마치 8.15 해방 이후 친일파세력이 독립의 주역인양 행세하며 애국자 행세를 했던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기초선거 무공천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지만 아직껏 기호 2번이 무공천을 결정했다는 사실, 그리고 왜 무공천을 하는지를 모르고 있는 유권자가 태반이다. 무공천의 딜레마에 처해있는 야당에게만 포커스를 맞추고 정작 공약을 파기한 여당은 보호해주고 있는 언론환경에 기인한 바가 크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창당일정을 마치자마자 새누리당의 약속파기를 비판하며 그들의 기초선거 무공천을 요구하는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물론 신당 내부에서 무공천 유지와 무공천 철회의 입장이 교차하는 상황에서, 창당 이후에는 중지를 모아 최종 결론을 내야할 상황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때 가서 어떤 결론을 내리든지 새누리당의 공약 파기를 국민에게 알리는 적극적인 대응은 필수적이다. 특히 기초선거 무공천을 선도했던 안철수 위원장의 책임은 더할 나위없이 크다. 만약 기초선거 무공천의 결과가, 약속의 이행이라는 좋은 뜻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에게 완승을 안겨주는 방향으로 나타났을 때, 그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는 입장이다. 통합 신당의 성공을 위해서나, 자신의 정치적 앞길을 위해서나 이 문제를 어떻게 돌파하느냐가 최대의 고비이다  

안철수 위원장은 무공천 철회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것이 새정치민주연합의 최종적인 결론이 될지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할 듯하지만, 선거 완패 우려에도 불구하고 안 위원장의 생각이 그렇다면 그대신 상황을 정면돌파하려는 의지와 대안을 보여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 안 위원장은 특단의 대응을 통해서라도 새누리당의 약속 파기의 실상을 국민에게 알리는데 몸을 던져야 할 상황이다. 무공천을 고수하겠다면 당연히 그렇게 국민의 시선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고, 만약 무공천 철회로 가닥이 잡힌다 해도 이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우선은 안철수 위원장이 전면에 나서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걸고, 약속을 파기하고도 적반하장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새누리당을 압박하며 여론을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 약속을 지킨 자는 패배하고, 약속을 어긴 자가 승리하는 상황을 무기력하게 방치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