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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박근혜 대통령, 국정원의 책임을 물어라

국정원 협력자 역할을 해온 중국동포 김모씨의 자살 기도로 국정원의 증거조작 행위가 백일 하에 드러나고 있다. 김씨가 작성했던 유서에는 국정원이 가짜 서류 제작의 댓가로 천만원을 주기로 한 사실이 적시되어 있어 문서조작에 국정원이 깊숙이 개입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그런가 하면 재판부에 제출된 중국동포 임모씨의 진술도 조작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정원은 여전히 모르는 일이라며 버티고 있으나 증거조작의 진실들은 하나씩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국정원이라는 국가기관이 한 사람에게 간첩죄를 뒤집어씌우기 위해 다른 나라 정부의 공문서까지 위조하고, 더구나 그같은 의혹이 제기되었는데도 은폐하기에 급급하여 결국 협력자의 자살기도라는 영화같은 장면이 야기된 것은 기가 막힌 일이다. 이런 일이 버젓이 자행되고 그러고서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거짓 해명과 은폐를 계속하는 국정원의 모습을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가 도대체 어떤 나라인가 하는 탄식이 생겨난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이 선거제도에 대한 도전이었다고 한다면 이번 증거조작 사건은 사법제도에 대한 도전이다.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에 대한 도전이며 위협이다. 국정원은 대선개입 행위에 대한 일말의 반성조차 없이 또 다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행동을 한 것이다 

누구의 책임인가? 일차적으로 남재준 국정원장의 책임이다. 남 원장은 취임 이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무단으로 유출하면서 스스로 정치세력화하였고, 그 이후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국정원의 행동은 여러 차례 계속되었다. 대선개입 사건을 비롯하여 국정원의 여러 행위들이 정치적 논란거리가 되어도 남 원장은 오불관한 태도를 보여왔다 

그런데 정작 더 큰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 지금 국정원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람은 사실상 박 대통령 밖에 없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국정원의 대선개입 행위가 세상에 드러나는 와중에도 끝까지 국정원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다. 진상의 규명은 고사하고 오히려 검찰수사를 제약하는 정부 내의 행동들을 그대로 보고만 있었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에 대한 특검을 거부하고 있는 진원지도 결국 박 대통령인 셈이다. 정보기관의 수장으로서는 해서는 안될 행위를 하여 여러 차례 정치적 물의를 빚은 남재준 원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도 박 대통령이다. 그동안 남 원장이나 국정원이 정치적 논란을 빚는 행위를 한 것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박 대통령이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얘기는 한번도 들은 바가 없다. 결국 국정원 뒤에는 대통령의 신임이 있다는 잘못된 신호가 오늘날 국정원을 이같은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만든 것이다 

이제라도 박 대통령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우선 남재준 원장을 해임하여 국가의 기강을 세워야 한다. 도대체 지금 유신시절도 아니고, 어떻게 정보기관이 선거제도를 위협하고 사법제도를 위협하는 행위들을 하고서 저렇게 당당할 수 있는가. 이러고도 박 대통령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입에 담을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