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야권 신당, 민주당색을 지워야 산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지도부 연석회의에서 안철수 의원은 “2년 후 의회 권력을 바꿀 것이고, 2017년 정권교체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한길 대표는 새 정치를 열망하는 안철수의 꿈은 이제 현실이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과연 이들이 만드는 신당은 무기력했던 야당을 되살리고 2017년 정권교체를 실현하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사진=폴리뉴스

신당이 창당을 마치자마자 당장 넘어야할 산은 6월 지방선거이다. 양측의 신당창당 선언 이후 실시된 여러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신당에 대한 지지율은 껑충 뛰어오른 것으로 나타난다. 민주당이나 새정치연합이나 새누리당 지지율의 절반 안팎에 머물렀던 상황을 벗어나 새누리당을 오차범위 안으로까지 추격하는 조사 결과들이 여럿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신당 창당은 창당 선언만으로도 분명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여전히 신당을 앞서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새누리당의 버팀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으로서는 신당 창당을 해도 쉽지 않은 선거임에 분명하다. 야권 신당이 뜨는 상황에서 새누리당이라고 가만히 있지는 않다. 당장 지방선거 중진차출론이 재부상했고 정몽준 의원과 김황식 전 총리가 서울시장, 남경필 의원이 경기도지사, 유정복 장관이 인천시장, 원희룡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거나 할 예정이다. 야권 지지층의 재결집에 따라 친여 보수 진영 지지층의 결집도 다시 단단해질 것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치러지는 6월 지방선거에서 신당이 새누리당에게 승리를 거두는 것은 여전히 쉽지않은 일이다. 새누리당의 압승이 예상되던 선거판세가 야권 입장에서 해볼만한 선거판세로 변화한다는 얘기이지, 야당의 승리를 점치기는 아직 어려운 상황이다. 신당의 효과가 선거판세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하여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역시 수도권과 부산이다.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 세 곳의 경우 새누리당과 신당 사이의 접전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신당이 만들어져도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고 예측불허의 대결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이다. 그리고 부산의 경우는 야권의 후보 구도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접전 여부가 판가름날, 아직은 새누리당이 유리한 구도라 할 수 있다 

지방선거의 특성을 감안할 때, 더구나 박근혜 정부 임기 전반기에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에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신당이 아무리 잘해도 일방적 승리를 거두기는 어려워 보인다. 반대로 신당을 만들었는데도 패배했을 경우의 정치적 타격은 크게 되어 있다. 민주당을 넘어 안철수 세력까지 손잡고 앞에 나서서 치른 선거에서 그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못하고 새누리당에게 크게 패한다면, 야권은 그 이후에 대한 희망을 잃게 될 위험이 크다. 신당의 효과가 별 것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을 때, 신당이 2017년 정권교체의 발판이 되리라든 기대도 사그러들 가능성이 있다. 안철수, 민주당, 누구할 것 없이 중대한 시험대에 오르는 셈이다 

신당창당 자체만으로는 안된다는 얘기이다. 정치공학적으로 비쳐질 수 있는 신당창당 이상의,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무엇이 있어야 한다. 그 핵심은 신당에서 민주당의 색깔을 최대한 탈색하여 민주당이 아닌 정당으로 국민들이 받아들이는데 있다. 안철수 세력이 민주당에 흡수되는 모양새로 국민들이 인식할 때 신당의 효과는 사라지고 신당은 도로 민주당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민주당도 그 점을 의식하여 김한길 대표가 새정치연합 측을 최대한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안철수가 민주당을 접수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당내에서 나올정도로 더 그렇게 가야 한다. 이는 안철수 세력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결국은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신당의 효과를 극대화하여 함께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과거 평민당을 이끌었던 시절, ‘꼬마 민주당과 당대 당 통합을 했다. 그때 양측의 의석 수가 707. 그런데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분 55의 통합을 결심했고 이기택 대표와 공동대표 체제로 당을 운영했다. 평민당이 꼬마 민주당을 흡수통합한 모양새로 인식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전략적 판단의 결과였다. 김 전 대통령은 현재의 민주당을 향해서도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내 것을 70 주고서라도 통합을 해야 한다고 생전에 당부했다. 마찬가지이다. 대의를 위해 민주당이 많은 것을 비운다면 안철수 세력이 채우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국민이 채워주게 되어있다. 아무쪼록 신당을 2017년 정권교체를 위한 베이스캠프로 만들기 위한 양측, 특히 열쇠를 쥐고 있는 민주당의 정치적 지혜와 결단이 계속되기를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