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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망'에서 '미꾸라지', 대선 막말 '워스트 10'

           ⓒ <오마이뉴스> 남소연
 

17대 대선에는 유난히 많은 막말들이 등장했다. 이명박 후보의 독주로 싱거운 대선이라는 얘기가 많이 나왔지만, 막상 선거전의 열기는 과열현상을 보였다. 상대 후보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들이 쉬지않고 이어졌다.

이번 대선에 터져나온 막가파식 발언들을 모아봤다. 순위는 따로 매기지않고 '워스트 10'만 선정하여 열거했다. 번호는 편의상 임의로 붙인 것이다. 누가 더 세게 막말을 했느냐를 가리기에는 어느 것 하나 뒤처지는 막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막말 1위감'이었다.

① "국민이 노망든 게 아니냐"
  (대통합민주신당 김근태 공동선대위원장)

김근태 선대위원장은 몹시 속이 터졌나 보다. 여러 의혹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높은 현실에 불만을 쏟아냈다. "BBK사건과 관련해 국민의 60%가 김경준씨 말을 믿고 있는데, 이 와중에도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국민이 노망든 게 아니냐”고까지 해버렸다.

언론이 '노망' 발언을 크게 보도할 움직임을 보이자, 김 위원장은 즉각 사과하여 파문을 진화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소신에는 변함이 없었다. 김 위원장은 얼마후 대전유세에 가서 다시 “이명박 후보는 거짓말과 변명, 부패로 얼룩진 얼룩송아지”라고 했다.

② "군대는 안 갔지만 위장 하나는 자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신문광고)

아침신문을 받아든 독자들은 이명박 후보의 사진이 크게 실린 1면 광고를 보았다. 처음에는 한나라당의 광고인줄 알았던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정동영 후보의 광고였다.

동료의원이 이명박 후보의 얼굴에 연탄가루를 묻히고 있는 장면이었다. 옆에는“군대는 안 갔지만‘위장’하나는 자신 있다!’라는 문구가 써있었다. 이 광고는 네거티브 광고 논란을 낳았다. 그러나 신당은 굴하지않고 네거티브 광고전을 계속했다. 나중에는 '김경준 어록' 광고까지 등장하였다.

③ "오늘부터 이명박 후보를 이명박 피의자로 부르겠다"
  (대통합민주신당 김효석 원내대표)
 
신당 의원총회에서 김효석 원내대표가 깜짝 선언을 했다. 앞으로 '이명박 후보'를 이명박 피의자'라고 부르겠다는 것이다. 당내 율사들의 검토까지 받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신당내의 다른 의원들도 그렇게 하자고 했다.




그러나 선거기간동안 신당은 '이명박 피의자'라고 부르지는 않았다. 정동영 후보는 TV토론에서 '이명박 피의자'라는 호칭을 쓰지는 않았다. 결국 김 원내대표의 구상은 무산되고 말았다. 너무 심해서 역효과가 생겨날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을까.

④ "정동영 후보는 후레자식이나 다름없다"
  (한나라당 김학송 의원)

이쯤되면 막말중의 막말이다. 김학송 의원은 "사기꾼(김경준)을 칭송하는 추태를 보이는 사람이 과연 대통령 후보가 될 자격이 있느냐"고 정동영 후보를 공격했다. 그리고는  "노무현 정부의 황태자였지만 '국정실패에 대한 책임은 지기 싫다'며 아버지 같은 참여정부를 팔아먹은 후레자식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신당측은 김 의원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홈페이지에도 비슷한 내용을 게재했다. '후레자식론'은 돌출발언이 아니라 소신임을 보였다고나 할까.

⑤ "나를 안 찍을 사람은 투표장에 안와도 된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선거전 종반 들어 한나라당은 투표율 제고에 신경쓰는 모습을 보였다. 대선결과가 뻔한 것으로 예상되니까, 한나라당으로서는 이명박 후보 지지층의 투표율이 낮아질 것을 우려한 것이다. 그래서 이명박 후보, 부산유세에서 "나를 안 찍을 사람은 투표장에 안와도 되지만 나를 찍을 사람은 다 나와야 한다"고 했다.

이 말을 전해들은 네티즌들이 들고 일어났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은 투표하지 않아도 된다니,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명박 후보의 말 실수, 어쩐지 없어졌다 했더니, 결국 사고를 쳤다.

⑥ "이장춘은 홍수때 떠내려오는 쓰레기 종류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

이명박 후보의 'BBK 명함'을 공개했던 이장춘 전 대사가 전격적으로 정동영 후보 찬조연설에 나섰다. 그런데 이 연설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간 유착 의혹, 즉 '노명박 의혹'을 제기했다.

이 부분은 신당측이 편집을 요청해서 방송되지는 않았지만, 이 말을 전해들은 홍준표 의원은 '홍수에 떠내려오는 쓰레기'에 비유하며 분개했다. "그러나 홍수가 끝나면 그 쓰레기들은 말끔히 치워진다"는 설명도 친절히 덧붙였다.

⑦ "미꾸라지 처럼 잘 빠져서 면죄부를 받았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

이회창 후보가 급하기는 급했던 것 같다. BBK 수사결과 발표 이후 지지율이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자, 이회창 후보가 '이명박 때리기'에 직접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BBK 문제에 대해, "어떻게나 재주가 좋은지, 아니면 정권과 타협이 잘 됐는지 미꾸라지 처럼 잘 빠져서 면죄부를 받았다"고 이명박 후보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리고 "대통령이 된다는 사람이 미꾸라지처럼 살살 빠져서 헤쳐 나간다면 이 어려운 시기에 국가를 이끌어 갈 수 있겠느냐"고 공격했다. 그날 이명박 후보는 졸지에 '미꾸라지'가 되어야 했다.

⑧ "이명박 코는 오동나무 코다. 오동나무 코는 수명이 짧다"
  (이회창 후보 박모 특보)

급기야는 상대 후보가 일찍 죽을지 모른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회창 후보의 충청지역 유세를 담당하는 박모 특보는 대전유세에서, 이 후보가 도착하기 전에 연설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연설의 대부분을 이명박 후보의 얼굴에 대한 `관상학적' 비난으로 일관했다.

이명박 후보 얼굴이 "눈썹은 꽁치눈썹, 눈도 짝눈, 코도 오동나무코"라고 조롱하며 "이회창 후보는 눈썹도 멋있고 눈도 반짝거린다. 코도 잘생겼다"고 비교했다. "꽁치눈썹을 가진 사람은 미덕도 없고 리더감도 아니라더라"는 말도 남겼다. 아무리 살벌해진 선거판이어도, 경쟁 후보의 수명까지 거론한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을 받았다.

⑨ "밤거리 다니지 말라, 뒈지게 맞기 전에"
  (탤런트 백일섭씨)

정치인들의 막말도 모자라 연기자까지 끼어들었다. 탤런트 백일섭씨는 한나라당 당사에서 열린 ‘이회창 출마 규탄대회 및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해서 이회창 후보를 가리켜 "밤거리 다니지 말라, 뒈지게 맞기 전에"라고 말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백씨는 발언이 언론에 보도되고 파문이 일자,“발언의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면서,“추운 날씨에 청중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한 농담이었다”고 해명했다.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도움이 안된다는 지적이 한나라당내에서도 나왔고, 강재섭 대표가 대신 유감을 표하며 사태를 수습했다.

⑩"이 나쁜놈들", "나쁜 XX"
  (여러 국회의원님들)

선거일을 불과 며칠 앞두고 국회에서는 난장판 싸움이 벌어졌다. '이명박 특검법'을 둘러싸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신당과 한나라당의 육탄공방전이 벌어진 것이다. 쇠사슬과 전기톱까지 동원되었고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며칠 뒤면 투표일인데, 정말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다.

의원들 간에 온갖 욕설들이 다 오갔다. "이 나쁜놈들", "나쁜 XX"........  우리가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욕이다. 17대 대선의 막말 퍼레이드는 국회의원들의 욕설로 대미를 장식하게 되었다.

17대 대선을 얼룩지게 한 정치권의 막말들. 방송계 막말의 대가 원조 김구라가 왔다가 울고갈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