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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과 논쟁을? '2인자' 이재오의 앞길은



                    <사진> 이재오 의원 홈페이지에서

인터넷 <한겨레>에는 어제 저녁 흥미로운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이 당선자-이재오,‘이경숙 낙점’2시간 논쟁"의 기사이다.

여러 언론들이 이경숙 총장의 인수위원장 기용 방침에 대해 이명박 당선자측 일각의 반대의견이 있었다는 보도를 했는데, 그 실체가 소개된 것이다. 이에 따르면‘이명박 캠프’의 좌장 격인 이재오 의원이 지난 24일 오후 삼청동 안가로 이 당선자를 찾아가 두 시간 동안 논쟁을 벌였다고 한다.

오랫만에 등장한 '이재오'

이재오 의원은 이 총장의 국보위 입법위원과 민정당 전국구 의원 전력을 지적하며“첫 인사인데 국민들에게 비판받을 소지가 있는 인물은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그러나 이 당선자는 "이미 20여년 전의 일이고, 그 뒤에 대학총장을 네 번이나 잘하지 않았냐’는 취지로 오히려 이 의원을 설득했다고 한다.

당선자를 상대로 '논쟁'을 벌였다고 표현한다면 이재오 의원 입장에서는 몹시 부담스러울 것이다. 이제 '이명박'은 어제의 '이명박'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 몸조심하는 용어로는 '건의'였다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이명박 당선자의 첫 인사를 놓고 이재오 의원은 반대의견을 제시했고, 이 당선자는 그 반대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은 모양이 되었다. 이제 당선자와 '측근'들의 관계가 재정립되는 마당에, 그런 반대의견을 제시하며 장시간 토론을 벌이는 것도 이재오 의원같은 저돌적 스타일 아니면 하기 어려웠을지 모른다.

그러고보니 이재오 의원이 오랜만에 언론에 등장한 셈이다. 박근혜 전 대표 측을 향해 말 한번 잘못 꺼냈다가 '울고싶은데 빰때려준' 꼴이 되어 2선후퇴를 해야 했던 이재오 의원. 그 이후 대선을 치르면서도 앞에 나서는 모습은 보이지를 않았다.

'2인자' 이재오의 험난한 앞길

이제 대선이 끝난 마당에 이재오 의원의 앞길은 어떻게 될까. 그는 후보경선을 치르는 과정까지 누가 뭐래도 '이명박 캠프의 2인자' 역할을 했다. 이재오 의원은 '행동하는 측근'이었고, 필요하면 '저격수'의 악역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명박 당선자가 네거티브 공세를 뚫고 한나라당 후보로 선출되기까지는 이재오 의원의 역할이 컸다.

그러나 정작 경선 이후에 그가 2선으로 물러나야 했던 장면이 말해주듯이, '2인자'의 앞길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것은 아니다. 우리 정치에서 '2인자'의 운명은 참으로 파란만장했다.

'주군'을 대통령의 자리에 올려놓은 순간부터 '2인자'들은 그 변방에서 배회해야 하는 상황을 겪어야 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권노갑이 그러했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 이광재와 안희정이 그러했다.

정치인 이재오의 앞길도 간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명박은 이제 과거의 이명박이 아니다. 그의 주변에는 이제 천하의 인재들이 몰려들게 되어 있다. 그 속에서 이 당선자가 '측근' 중용을 고집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측근 중용에는 그마만한 견제가 따르게 되어있다.

이재오 의원은 정치인이다. 그렇다면 장차 한나라당 당권에 야심을 가질 법하다. 그런데 한나라당에는 박근혜 전 대표세력이 버티며 한나라당이 '이명박 당'이 되는 것을 막으려 할 것이다. 이재오 의원은 언제나 그 타켓이 되게 되어있다.

이명박 당선자 입장에서도 당분간은 국정운영과 당의 안정을 위해 박 전대표와의 협력을 원할 것이다. '이재오' 보다는 더 큰 것을 보아야 할 상황이다.

대통령과 측근의 '논쟁'이 보고싶다

'이명박 대통령'을 만들어내는 공신역할은 다했지만, 정작 앞길이 쉽지않은 것이 이재오 의원의 처지이다. 그는 그동안 보여준 특유의 뚝심으로 과연 자신의 앞길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인가.

그 답이야 이재오 의원 본인에게 달려있다 하더라도, 관전자의 입장에서는 '이명박과 이재오'의 '논쟁'같은 것이 종종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사람은 주변 사람들과 자주 논쟁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 측근들이 대통령 말만 따르는 '예스맨'이 되어서는 대통령이 독선에 빠지기가 쉽다.
 
대통령에게 반대의견도 제시하고 쓴소리도 할 수 있는 측근들이 많아야 대통령이 제 길을 갈 수 있다. 역대 대통령들을 보며 우리가 뼈저리게 느낀 바이다.

당선자나 대통령과 '논쟁'을 벌였다고 해서 '발칙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는 풍토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