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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비평

<조선일보>가 불씨 지피는 천안함 북한공격론

오늘(29일) 아침 <조선일보>를 보니까 그동안 사라졌던 ‘북한공격론’이 다시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오늘자 <조선일보>는 천안함 침몰 원인과 관련하여 <‘기뢰 폭발 가능성’집중 조사>라는 제목의 1면 톱기사를 싣고 있다. <軍 "잠수정의 어뢰 공격, 기뢰, 우선적으로 고려" 보고>라는 부제가 달린 이 기사의 관련 부분이다.

“정부와 군 당국은 28일 지난 26일 발생한 초계함 천안함 침몰 원인과 관련, 1200t급 초계함이 순식간에 두 동강이 날 정도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난 만큼 선박 내부의 실수 또는 암초와의 충돌 등 단순 사고에 의한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천안함 사고후 네 번째 소집된 28일 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 현 단계에선 기뢰에 의해 배가 침몰됐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추정했으나 결론은 내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군(軍) 당국 역시 선박 외부에서 침몰 원인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잠수정의 어뢰공격 또는 기뢰에 의한 침몰을 우선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함정의 정밀 조사까지는 정확한 판단이 어렵다"는 취지의 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뢰는 수중에 부설해서 지나가는 배를 폭파시키는 '바다의 지뢰'며, 어뢰는 선박 또는 잠수함정에서 선박을 겨냥해 발사하는 '바다의 미사일'이다...“

침몰한 천안함의 선수 부분 (사진은 옹진군청 제공) Ⓒ 뉴시스

막상 기사 내용은 ‘잠수정의 어뢰 공격’이라는 부제와 일치하지는 않지만, 일단 이 기사를 접하면 북한에 의한 공격 가능성이 큰 것 같다는 분위기가 전해진다.

그런데 이 기사 뿐이 아니다. 5면을 보면 <사고해역은 수심 24~30m얕은 바다, 어뢰였다면 소형 잠수정서 발사한 듯>이라는 제목의 큰 기사가 한 면을 차지하고 있다. 이 기사 역시 북한 기뢰에 의한 피습 가능성, 북한 잠수함의 어뢰 공격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어서 6면을 가보니 <“어뢰.공격기뢰라면 명백한 군사도발”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려있다. 그 옆에는 <북한, 사흘째 침묵>이라는 기사도 실려있다. 이 기사에서는 “이번에는 어뢰나 기뢰 등으로 은밀히 공격한 뒤 '남한 자작극'으로 몰아가기 위해 침묵하고 있는 것이란 추정이 제기된다”고 전하고 있다.

이쯤되면 <조선일보>는 천안함 침몰원인으로 북한의 공격을 단정하다시피 하는 분위기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나 미국 정부도 사고원인에 있어서 북한의 공격 가능성을 매우 낮은 것으로 밝혀왔는데, <조선일보>는 북한공격론의 불씨를 다시 지피려고 안간힘쓰는 모습이다.

실제로 사실이 그렇다면 이런 보도가 무엇이 문제이겠나만, <조선일보>의 보도들은 구체적인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추측과 상상을 통한 작문들이라는 점에서 언론으로서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보도내용의 진위에 상관없이 어떻게든 북한과의 연관성을 부각시키보려는 의도가 앞서있는 정치적 기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천안함 함장의 진술을 들어보거나 배의 상태 등으로 미뤄볼 때 사지선다형 문제에서 선택하라고 하면 기뢰폭발 가능성을 약간 더 높게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그러나 현재로서는 모든 가능성을 다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 관계자는 "만약 기뢰로 인한 폭발이었을 경우 우리측이 부설해놓은 기뢰중 회수안된 것일 수도 있고, 북한측이 뿌려놓은 것이 사고 해역까지 흘러들어왔을 가능성이 있다"며 기뢰의 주체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물론 <조선일보>의 북한공격론과 분위기는 다르지만, 일단은 내부사고 보다는 외부로부터의 폭발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이다.

무엇인가 꺼림직하다. 정부는 사고원인에 대한 브리핑을 하지않고 시간만 보내고 있다. 그럴만한 속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확산되는 가운데 정부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렇게 시간을 끌다가 ‘내부책임’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충적인 결론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전망들이 벌써부터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고개를 든 <조선일보>의 북한잠수정의 어뢰공격, 혹은 북한 기뢰에 의한 피습 가능성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조선일보>의 시나리오는 과연 그들만의 시나리오인 것일까. 그동안의 경험들이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이명박 대통령은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한점 의혹없이 공개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해서야 어디 한점 의혹이 안남을 수 있겠는가. 숱한 의혹이 남게될까 우려된다. 정부는 국민에게 아무런 설명도 안하고 있는 사이, <조선일보>같은 매체에서는 특정 방향으로 몰고가려는듯한 목적성 기사들을 내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국민에게 사고원인과 관련된 모든 정보들을 있는 그대로 공개해서 불필요한 억측들을 막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에 따른 부담과 책임은 결국 정부의 몫이 될 것임을 생각해야 한다. 천안함 사고원인에 대한 투명한 조사와 발표를 다시 한번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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