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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오세훈이 던진 폭탄, 한나라당에서 터진다


"한나라당이 `오세훈 당'이냐. 배신 당했다는 느낌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선언한 직후 한나라당의 한 의원이 꺼낸 푸념이다. 그런데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지난 과정을 돌아보면 조금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명색이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은 오세훈 시장의 개인플레이에 지금껏 끌려왔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자체도 그러했지만, 투표결과를 시장직과 연계시키겠다는 입장표명 역시 오 시장의 단독 플레이였다. 오 시장의 사퇴가 있게 되면 야당 서울시장이 등장할 가능성에 대한 한나라당의 심각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오 시장은 자신의 승부수를 던져버렸다. 

사진= 남소연

홍준표 대표가 "시장직을 걸면 중앙당으로서는 더이상 밀어줄 수 없다"고 압박하면서까지 시장직 연계를 막으려 했지만 결국 일은 터져버렸다. 이미 유승민 최고위원이 "집권 여당이 무상급식 문제에 대해 당론을 정하는 정책의총도 한 번 열지 않고 일개 서울시 단체장이 혼자 결정한 대로 한나라당이 이끌려왔다"며 비판했던 내용 그대로이다. 

문제는 오 시장이 던진 주민투표와 시장직 연계의 폭탄이 아무래도 한나라당에서 터질 것 같다는 점이다. 오 시장은 시장직 연계라는 승부수가 한나라당 지지층을 자극하여 투표율을 5% 정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의 이종구 서울시당위원장 조차도 투표율 상승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미 여러 여론조사 기관의 전문가들은 이번 주민투표의 투표율을 20% 안팎, 많아야 30%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내부 전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제 한나라당으로서는 오 시장의 시장직 연계가 가져올 재앙적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한나라당은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해 당차원의 논의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상태에서 여기까지 끌려오게 되었다. 그러나 투표율 33.3%가 되지 못해 오 시장이 사퇴하고 10월 보궐선거에서 야당 서울시장이 탄생하게 될 경우 그 타격은 고스란히 한나라당이 받게 되어 있다. 서울시의회, 자치구에 이어 서울시장까지 야당에게 넘어가면 서울지역에서는 완전한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는 것이고, 이러한 상황에서 치러지는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완패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는 총선에서 그치지 않고 대선정국의 기류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보면 오 시장은 시장직 연계라는 폭탄을 야당에게 던진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에게 던진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 

타격은 한나라당 뿐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가게 되어있다. 이 대통령 역시 오 시장이 벌려놓은 주민투표에 말려들어 청와대 참모들을 통해 간접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해왔다. 이 대통령 역시 주민투표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 것이다. 오 시장이 사퇴하게 될 경우 전개될 정국상황은 다른 한편으로는 이 대통령의 레임덕을 의미한다. 만약 야당 서울시장이 등장하고 내년 총선에서 여당의 완패에 대한 우려가 고조된다면 이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은 급격히 추락하게 되어 있다.

이처럼 24일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오 시장이 사퇴하게 될 경우 여권 전체는 정권 차원의 후폭풍을 맞게되어 있다. 그런 심각한 상황이 예고되어 있는데도 한나라당은 오 시장을 만류하지 못한 것이다. 아니, 오히려 그동안 끌려다니다가 함께 휘말려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도 오 시장 원망만 할 일은 아니다. 유승민 최고위원의 표현대로 일개 서울시 단체장에 끌려다닌 집권 여당의 무능력과 안이함이 낳은 자업자득의 결과이다. 투표결과에 따라 오 시장은 자신의 표현대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면 그만이지만, 한나라당은 10월과 내년 4, 그리고 12월에 이르기까지 두고두고 그 댓가를 고통스럽게 치러야 할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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