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 요즘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민주당을 보며 떠오르는 말이다. 아직 곽노현 교육감 관련 파문이 진정되지 않았고 그의 거취 문제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인데도 민주당 내에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가려는 많은 후보들의 이름이 거명되었다. 한마디로 후보의 난립 움직임이었다. 시골의사 박경철씨가 이런 민주당의 모습이 “태풍이 지나가 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자 나무 걱정은 하지도 않고 사과를 주울 생각부터 하고 있는 모습 같다”고 지적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문제는 민주당내 출마 희망자들의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렸지만 막상 한나라당에서 어떤 후보가 나오든간에 승리를 기대할 수 있는 인물은 눈에 띄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칫하면 고만고만한 인물들끼리 빈수레가 요란만하다는 비판을 살 수 있는 상황이다. 통합후보추진위 구성을 제안한 손학규 대표 (사진=남소연)
자칫 너무 성급하게 너도나도 시장 자리를 탐내는 것으로 비쳐져 서울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 있는 이같은 상황의 일차적 책임은 민주당내 비주류측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출마선언을 했던 천정배 최고위원은 공직선거법상 주소지 이전 시한이 있기 때문에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런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당직.의원직 사퇴까지 선언하며 시장출마에 올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은 너무 서두른 모습이라는 판단이 든다. 경기도에 지역구를 두었던 천 최고위원이 어느날 갑자기 서울로 옮기며 깃발을 먼저 꽂으려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천정배-정동영 최고위원의 비주류는 손학규 대표가 주도할지 모르는 외부인사 영입추대가능성을 경계하며 조기 당내 경선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내 조직력에서 자신감을 갖고 있는 비주류로서는 당연한 요구일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당내 비주류의 이같이 서두르는 모습은 자칫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갖는 중대한 정치적 의미를 놓칠 위험이 커 보인다. 이번 보선은 단순히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다투는 선거가 아니다. 10월 서울시장 보선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권세력과 야권세력이 맞붙는 전초전이고, 그 결과는 앞으로의 정치지형에 상당한 영향을 주게 되어있다. 그렇다면 이 선거는 민주당이 단독으로 문을 닫아걸고 치를 선거가 아닌 것이다. 범야권진영이 공동으로 후보선출 방법을 논의하여 야권의 후보단일화를 이루어 치러야할 선거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민주당내 비주류의 입장은 자칫 자기들끼리 문을 닫아걸고 후보를 선출한채 그냥 떠나버리려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고, 이는 야권연대의 추진에 장애를 조성할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손학규 대표가 야권과 시민단체 공동의 ‘통합후보추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한 것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한 일이다. 민주당 단독으로 후보문제를 논의하지 않고 야권 전체의 합의를 통해 단일후보를 선출하자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 제안이 다른 야당들에게도 수용되어 발전적인 논의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한다. 민주당내에서도 계파를 뛰어넘어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내용이라 본다.
다만 그러한 경우라도 민주당내 비주류가 우려하고 있는 문제는 해소되어야 한다. 전략공천이라는 이름 아래 특정인을 합의 추대하는 방식의 재현이 그것이다. 이에 대한 비주류의 우려도 근거가 있는 것이, 민주당은 지난 두차례 서울시장 선거에서 연이어 경선없는 합의추대로 후보를 선출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모두 패배였다. 경선없는 합의추대가 후보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함을 보인 것이다. 이번에는 비주류의 요구대로, 그런 식의 합의 추대가 되풀이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아직은 출마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는 한명숙 전 총리가 다시 도전한다 해도, 그 역시 범야권진영의 경선 혹은 경쟁을 통해 선택을 받으려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한 전총리가 경선도 피하고 TV토론도 피했던 것이 결과적으로 본선 경쟁력을 얼마나 낮추었는가를 우리는 지켜본바 있다. 이러한 주문은 한 전 총리뿐 아니라 다른 외부인사가 영입되는 경우라 해도 마찬가지이다. 민주당은 이제 서울시장 선거에서 합의 추대의 전통을 깰 필요가 있다.
민주당의 서울시장 보선 후보 문제는 이제 조기과열을 막고 야권 전체의 차원에서 원점부터 함께 논의해야 한다, 야권연대의 원칙, 그리고 자유경쟁의 원칙 위에서 야권의 후보문제가 정리되기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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