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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숭례문 1억 기부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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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유성호


소실된 숭례문을 국민성금으로 복원하자는 이명박 당선인의 제안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비판의 요점은 정부의 잘못에 따른 부담을 왜 국민에게 떠넘기냐는 것이다.


"국민이 봉이냐" "잘못은 누가 하고 부담은 국민이 지나"......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표현으로 이 당선인의 모금제안에 대한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런데 논란이 간단하지 않다. 흔히 생각하듯이 인터넷에서 이명박 당선인을 반대하던 사람들끼리 반대결의를 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 아침 여러 언론들도 국민성금 제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국민모금 반대는 정치적 이유때문 아니다


그런데도 인수위원회는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 국민모금운동을 전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혹시라도 오해가 있을지 모르니 분명히 해두자. 국민성금 제안을 반대하는 것이 이명박 당선인에 대한 평소의 지지·반대 여부와는 상관없는 문제라는 사실이다.


국민성금 제안 자체는 좋은 것인데, 이명박 당선인이 제안하니까 반대자들이 무턱대고 반대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가진 분들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오해다. 실제로 오늘 아침 신문을 보면 보수적인 매체들조차도 국민성금 제안의 부적절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그리고 숭례문 화재에 꼭 이명박 당선인이 책임이 크다고 생각해서도 아니다. 이 당선인도 '대책없는 개방'에 대한 책임은 있었지만, 아무래도 현재의 관리주체에게 일차적인 책임을 묻는 것이 상식이다. 책임은 문화재청에 있다며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사표를 낸 것도 그런 이유였을 것이다.



국민성금 제안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그것이 이치에 맞지않고 구시대적인 발상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이치에 맞지않는 이유는 자명하다. 숭례문 소실의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정부가 노무현 정부냐 이명박 정부냐, 중앙정부냐 지방정부냐를 따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누구의 책임이 더 크냐를 따지는 것도 이 대목에서는 별 의미가 없다. 국민에 대한 책임에 있어서 정부는 연속성을 갖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책임지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일이다.


국민이 아니라 정부에 위안되는 모금아닌가


그런데 정부 잘못의 책임에 대한 부담을 국민이 떠안아야 하는가. 200억원으로 예상되는 복원비용을 정부가 감당할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굳이 국민성금을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명박 당선인의 말 속에 담겨있다.“성금으로 복원하는게 국민에게 위안이 되고 의미가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글쎄, 국민들로서는 별로 위안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아이들 학교에서 성금 모은다고 돈 보내라고 할 것이고, 반상회에서도 성금 걷자고 할 것이고...... 안봐도 비디오다.


위안은 커녕 무척 짜증스러울 것 같다. 왜 정부가 잘못한 일의 책임을 우리가 뒤집어 써야 하느냐는 생각이 내내 들 것 같다.


애국심이 없어서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은 아닐게다. 또 다시 성금의 대열로 애국심의 척도를 재며 감격해하는, 그런 구시대적 풍경이 싫은 이유도 크다.


국민모금운동이 벌어진다고 치자.언론사에는 성금이 쇄도할 것이고, TV에서는 유명인사들이 나와 한마디씩 하고 봉투를 넣고 돌아갈 것이다. 학교마다 아이들에게 성금가져오라는 통지문을 보낼 것이고, 기업들은 당선인의 눈치를 보며 세금내듯이 성금을 기탁할 것이다.


그 광경을 놓고 몇몇 언론들은 과거 '금모으기 운동'의 감격을 말할지도 모른다. 숭례문 복원의 정성으로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고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옛날에나 하던 방식 아닌가. 엄연히 정부가 있는데, 그리고 정부가 감당할 수 있는데 왜 그런 모금운동을 해야하나. 우리는 이미 충분히 세금을 내지않았던가.


오히려 정부가 위안받으려 하는 것은 아닐까.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민들의 결집을 이루기 위한 일종의 캠페인성 모금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이명박 당선인의 말을 듣고는 그런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러면 정치성 이벤트가 되고 만다.


무한도전도 1억원 기부한다는데....


그런데 한편에서는 이미 모금이 시작되는 분위기이다. 재일거류민단은 광복회가 주관하는 가칭 ‘숭례문 복원 범국민추진본부’에 성금을 전달했다고 한다. 누구 누구가 성금을 기탁했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언론사들에는 성금에 관한 문의전화가 오기 시작하고 있다 한다.


MBC '무한도전'의 제작진과 출연진도 '무한도전 달력' 판매 수익금 1억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특정 방송 프로그램이 이렇게 큰 돈을 기부하는 것도 드문 일이어서 무한도전 팬들의 관심을 모을 것 같다.


무한도전은 소년소녀 가장들의 장학사업을 위해 그동안 수익사업을 벌여왔다. 그 가운데 일부를 성금으로 내겠다는 것이다.


무한도전팀의 취지는 물론 훌륭한 것이다. 그러나 수익금을 애당초 취지대로 장학사업에 다 쓰는 것이 낫지않을까. 수많은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거둔 소중한 수익금을 왜 정부의 책임을 대신 떠안는데 써야할까.


이치에 맞지않는 잘못된 선례를 다시 만드는데 무한도전이 일조할까 걱정이 되어 하는 말이다.


이명박 당선인의 말 한마디로 '자발적인 성금'이 설 자리는 사라져버렸다. '자발적인 성금'마저도 관제모금운동 속에서 빛이 가리워져 버릴 상황이 된 것이다. 또한 느닷없는 국민성금 제안으로 숭례문 화재에 대한 국가적 '반성'의 과정이 건너뛰어 버리는 것 아닌가, 그것도 우려되는 상황을 맞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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