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내가 아프리카 TV에서 방송을 시작한지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시청자들이 먼저 기억들 하시길래 그냥 지나가기도 그래서 조촐한 특집방송을 마련했다. 밤 12시에 책 선물을 주는 이벤트도 했고, 시청자들의 소감도 전화로 많이 받았다. 많은 분들이 채팅창을 통해, 그리고 전화를 통해 방송 100일을 열렬히 축하해주었다.
그런데 축하 분위기 속에서 한 전화를 받는 순간 이상한 목소리가 들렸다. 제대로 알아듣기 어려운 소리로 말을 일부러 어눌하게 하는 것 같이 뭐라고 하는데, 순간 장난전화로 판단했다. 아프리카 TV에서 방송을 하다보면 종종 장난전화가 온다. 그 중에는 일부러 목소리를 깔고 이상하게 장난을 치는 경우도 자주 있다. 바로 전날도 그런 전화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전날의 장난전화를 떠올리면서 곧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는 시청자들에게 장난전화여서 곧바로 끊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다른 시청자의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잠시후 채팅창에 느닷없는 얘기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내가 실수를 했다는 것이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해서 올라오는 사연들을 계속 읽어보니 이런 것이었다. 크리스토퍼라는 닉네임을 쓰는 시청자가 조금 전에 자신이 전화를 걸겠다는 글을 올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뇌를 다쳐 몸이 불편한 경우이니 목소리가 이상할 것이라는 사전 양해를 구하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이 글을 미처 보지 못한채 방송진행을 하고 있었고, 영문을 모른 나는 그의 전화를 장난전화로 여기고 바로 끊어버린 것이었다.
상황을 파악하게 된 나는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다. 크리스토퍼가 받았을 마음의 상처를 생각하니, 이를 어찌해야 할지 당황스러웠다. 나는 그런 줄 모르고 착각을 하고 전화를 끊어서 정말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 순간 채팅창에서는 크리스토퍼에게 오해하지 말고 다시 전화를 하라는 다른 시청자들의 권유가 쇄도했다. 나도 그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겠노라고 말하며 다른 내용의 방송을 중단하고 기다렸다. 그 때 전화연결이 되었던 다른 시청자도 크리스토퍼가 전화를 걸라고 곧 바로 전화를 끊어주었다.
잠시후 크리스토퍼는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그의 말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전화로 전해지는그의 말 가운데 솔직히 절반도 알아들지 못했다. 다만 방송 100일을 축하한다는 몇 부분만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는 또렷하게 말하려고 목소리에 힘을 주며 애쓰고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주고받으면 전화를 끊었다.
곧 이어 채팅창에는 크리스토퍼의 용기를 칭송하는 격려가 쏟아졌다. 많은 시청자들 앞에서 자신의 장애를 드러내면서 전화를, 그것도 한 차례 오해를 받으면서까지 다시 전화를 한 용기에 시청자들은 감동을 받고 있었다. 곧 이어 전화를 한 다른 시청자는 크리스토퍼의 전화를 듣다가 눈물이 났다고 했다.
어제 했던 특집방송 가운데서 크리스토퍼의 전화야말로 하이라이트였다. 시청자들은 인터넷 방송이 이렇게 따뜻할 수 있는 것이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어제 용기를 내서 특집방송을 그렇게 만들어준 크리스토퍼에게 감사를 드린다.
그런데 사실 크리스토퍼는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내 아프리카 TV 방송을 매일같이 찾아오는 고정 시청자였고, 트위터 친구이기도 하다. ‘이영광의 세상보기’라는 시사블로그를 운영하며 열심히 글을 쓰고 있는 블로거이다. 그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도 활동하며 기사를 쓰고 있다. 몸이 불편한 가운데도 MBC 신경민 전 앵커, 민주당 최문순 의원, CBS 민경중 국장, 김현정 앵커 등과 인터뷰를 갖기도 했다.
크리스토퍼는 일전에 나에게도 인터뷰 요청을 했다. 그러나 마땅한 주제를 찾지 못해 미루어두었던 상황인데, 이제 판단이 섰다. 크리스토퍼가 나를 인터뷰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크리스토퍼를 인터뷰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나의 이야기야 어쩌면 뻔하고 뻔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크리스토퍼에게서는 그가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시사 글쓰기를 계속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나는 적절한 시점에 그에게 인터뷰를 역제안할 생각이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를 여러분에게 전하고 싶다.
<후기>
크리스토퍼의 주소들을 알려드린다. 많은 격려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블로그: 이영광의 세상보기
트위터 : twitter.com/youngkwanglee
* 저의 인터넷 개인방송이 매일 밤 11시에 아프리카 TV를 통해 생방송됩니다. 다른 시간대에는 수시로 재방송이 나갑니다. 아프리카 TV 앱을 다운받으면 아이폰을 통해서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유창선의 시사난타' 바로가기 http://afreeca.com/sisa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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