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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 이야기

아프리카 TV에서의 성공, MB에게 감사합니다

과연 인터넷에서의 개인방송이 성공할 수 있을까. 130여일 전 제가 아프리카 TV에서 개인방송 <유창선의 시사난타>를 시작하면서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이었습니다. 게임, 음악 등 오락성향 방송들이 석권하고 있는 아프리카 TV에서 시사방송으로 자리를 잡는다는 것이 쉽지않은 일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프리카 TV 관계자들도 저에게 랭킹 상위권에 들어가려면 몇 년은 꾸준히 방송해야 한다는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지금 랭킹 상위권에 들어있는 BJ (Broacasting Jockey)들은 예외없이 몇 년씩 고생한 사람들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드디어 베스트 BJ 랭킹 5위에 올라섰습니다. 아프리카 TV에서 개인방송을 하고 있는 수많은 BJ들 가운데서 다섯 손가락에 들게 된 것입니다. 기대를 넘어서는 초고속성장의 성과를 거둔 것입니다. 이미 20위권에 들어섰을 때, 이제 시사방송을 갖고 더 이상 올라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시청자들에게도 말한 적이 있지만, 시청자들의 열렬한 성원이 저를 더 위로 끌어올려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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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난 130여일을 돌아보면 여러 과정이 있었습니다. 방송을 시작하고 보름의 기간, 하루하루 시청자 수가 늘어나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았을 때, 계속 방송을 할 것인가에 대해 회의를 가졌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뜻을 갖고 시작한 일, 6개월은 열심히 해보고 그 결과를 갖고 판단하자고 마음먹고 매일같이 밤 11시면 생방송으로 시청자들을 만났습니다. 공중파 뉴스들이 피해가거나 축소하고 있는 많은 이슈들을 찾아내어 시청자들에게 전했고, 채팅창과 전화를 통해 함께 토론했습니다. 밤 시간대에 어울리는 좋은 음악들을 선곡해서 시청자들에게 선물했습니다. 공중파 뉴스에 실망하고 있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좋은 컨텐츠의 방송을 보여드리고자 열심히 방송을 했습니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시간이 지나면서 갈수록 뜨거워졌습니다. 매일밤 11시만 되면 찾아주는 고정 시청자들의 수는 계속 늘어났습니다. 저의 방송에 중독이 되었다며 방송을 보기 위해 좋아하던 술도 끊고 집에 일찍 들어오니까 가족들도 좋아한다는 분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이제 공중파 뉴스는 안보고 저의 방송을 본다는 분도 계셨고, 부부가 혹은 모자, 부녀가 함께 시청하고 있다는 분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하루 평균 2시간 가량 진행되는 생방송 시간에 동시접속자 수가 8백명 가량되는 수준으로 올라갔습니다. 재방송 시청자를 포함하면 하루 누적 시청자 수는 1만명을 훨씬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이제는 1인 미디어로서는 한번 해볼만한 수준으로 자리잡았다는 판단을 하게 됩니다.

그동안 시청자들이 보여주신 성원은 정말 눈물겨운 것이었습니다. 매일 심야시간대에 시청하며 새벽 1시까지 피곤함을 참아가며 함께 해주신 많은 분들. 그들은 ‘별’과 ‘출첵’ ‘스티커’를 통해 저의 랭킹이 올라가도록 힘을 실어주었고, 자발적 시청료 개념인 ‘별풍선’을 매일같이 많이 선물해주고 계십니다. 그래서 시청자들의 자발적 시청료를 통해 뜻밖의 의미있는 수익을 창출하는 성과도 함께 경험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고마운 것은 저의 방송 내용에 대한 격려입니다. 정권의 눈치만 보며 민감한 의제들을 회피하고 있는 공중파 뉴스에 실망한 시청자들의 갈증은 저와 함께 하는 시사이야기를 너무도 반겨주고 있습니다. 그 분들의 갈증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를 가슴으로 느끼며 큰 책임감을 의식하고 있습니다.

제 방송 시청자들은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과정에서 제가 많은 곳에서 마이크를 빼앗긴 사실을 잘 알고 계십니다. 그래서 제가 다시 공중파 여러 방송에 복귀하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고 격려해주십니다. 그런데 그러면서 나오는 당부가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고 해도 아프리카 TV에서의 방송을 그만 두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앞 일은 알 수 없는 것이기에 섣부른 약속같은 것은 하지 않습니다만, 사실 저도 속으로는 그렇게 마음먹고 있습니다. 시작할 때는 제 마음대로 했어도, 앞으로 그만두는 것은 마음대로 안될 것 같다는 예감같은 것 말입니다. 현재 제가 시청자들부터 받고 있는 과분한 성원을 생각하면 나중에라도 그럴 것만 같습니다.
 
사실 저는 지금의 방송을 더 발전시킬 여러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국내에도 아이패드가 출시되고, 특히 내년 들어 구글 TV, 애플 TV 같은 스마트 TV 시대가 열리면 현재의 미디어 환경은 급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거실이나 안방에서 큰 화면을 통해 편하게 저의 개인방송을 훨씬 많은 분들이 시청하는 것이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그 때가 되면  거실에서 가족과 함께 공중파 뉴스들을 마다하고 저의 방송을 시청하는 분들이 많이 생길 수도 있는 것입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양질의 컨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겠죠.

아무튼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때문에 방송들이 끊기면서 대안으로 시작했던 저의 아프리카 TV 방송은 이제 자리를 어느정도 잡았고, 점차 탄력을 받는 느낌입니다. 처음에는 마이크를 빼앗아가도 '이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한다'는 생각이었지만, 이제는 인터넷 개인방송을 보는 저의 시야도 공중파 출연봉쇄에 대한 소극적 대안 차원을 넘어 소셜미디어 시대, 스마트 TV 시대에 부응하는 적극적 대안으로 변화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따지고 보면 이명박 대통령 덕분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방송장악을 통해 저같은 사람들의 방송출연을 봉쇄하는 일이 없었더라면 저는 어쩌면 그 속에 안주하며 살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은 저를 그곳에서 추방시켰고 저의 ‘밥줄’까지 끊으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저는 블로그, 개인방송, 트위터 등과 같은 소셜미디어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렸고, 이제는 이 곳이 ‘망명처’가 아닌 미래의 새로운 ‘근거지’가 될 것이라고 예감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물론 새로운 환경은 여러 소셜미디어를 통한 수익창출도 가능하게 하여 ‘밥줄’도 끊어지지 않게 해주고 있습니다. 권력에 밉보이면 모든 것이 끝이라고 믿고 있을 이명박 정부로서는 무척 실망스러운 얘기이겠지만 말입니다.

저의 개인 이야기입니다만, 이러한 장면이 시사하는 의미는 무턱 크다고 생각합니다. 일개 권력이 미디어를 통제하고 간섭하여 여론을 좌지우지 할 수 있던 시대는 이제 끝나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스마트 TV 가 등장하여 거실 TV를 통해 자기가 원하는 인터넷 UCC를 시청할 수 있게 되는데 권력이 무슨 수로 일일이 그것을 막고 간섭할 수 있겠습니까. 부질없는 일입니다. 6.2 지방선거 결과도 보여주지 않았습니까. 천안함 조사결과에 대한 의문과 반론들을 기존 미디어들이 아무리 묵살하고 덮어버려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수많은 국민들이 그러한 정보들을 접할 수 있었고 결국 ‘북풍’보다 센 ‘역풍’을 불게 한 것입니다. 그러한 추세는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종편채널 사업자 선정을 통해 방송장악을 강화하겠다는 정권의 구상같은 것도 애당초 허망한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저를 여러 방송에서 퇴출시켜 이렇게 새로운 눈뜸을 가능하게 해준 이명박 정부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당신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저는 구 질서가 보장하는 그저 안정된 방송환경에 안주하는 일개 방송인으로 끝났을지 모릅니다. 다시 한번 저에게 분노, 그리고 열정과 도전의 소중함을 상기시켜준 당신들에게 감사합니다.

다만 여전히 아쉬운 것은 저만 눈뜨지 말고 당신들도 함께 눈뜰 수 있었으면 하는 점입니다. 그래야 지금 당신들이 하고 있는 방송장악이 얼마나 욕만 먹고 부질없는 짓인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 저의 인터넷 개인방송이 매일 밤 11시에 아프리카 TV를 통해 생방송됩니다. 다른 시간대에는 수시로 재방송이 나갑니다. 아프리카 TV 앱을 다운받으면 아이폰을 통해서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유창선의 시사난타' 바로가기 http://afreeca.com/sisa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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