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송일국씨가 자신에게 폭행당했다고 주장한 여기자를 상대로 형사 고소와 함께 20억원 상당의 민사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명예훼손 혐의로 청구하는 손해배상액 20억원이 너무 많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송씨 측에서는 “20억원의 금액은 이미지가 중요한 송일국에게 있어서 이미지 훼손의 의미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기자 개인을 상대로 무려 20억원의 소송을 벌이겠다는 것은, 겁에 질려 사과를 하도록 만들려는 압박용으로 판단된다. 그러면 다른 유명인들이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주장할 때 청구하는 손해배상액은 얼마나 되곤 할까.
노현정-정대선 부부는 5억 소송
방송인 출신 가운데서는 노현정씨의 거액 소송이 눈에 띈다. 언론보도에 의해 끊임없이 시달리고 있는 노현정-정대선 부부는 <아시아 투데이>에 대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5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노현정 전 아나운서가 정대선씨와 협의 이혼했고 서울 W호텔에서 칩거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한데 따른 것.
신정아씨도 `성로비` 의혹을 제기하며 자신의 누드사진을 게재한 문화일보와 편집국장을 상대로 1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신씨는 "초상권과 인격권 등을 심각하게 침해당했다"면서 "이 같은 고의적 불법행위에 대해 고액의 배상책임을 지워야만 같은 사건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송제기 이유를 밝혔다.
국정원 간부들도 소송을 낸 적이 있다. 지난 2005년 국정원 간부 15명이 <조선일보>를 상대로 명예훼손에 따른 16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낸 일도 주목받았다. 당시 <조선일보>가 "국정원이 안기부 도청 내용(X파일)이 담긴 CD 2장을 성문(聲紋)분석했다"고 보도하자 이들은 "성문분석을 의뢰한 사실이 없다"며 소송을 낸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이들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BBK 의혹 사건을 수사했던 특별수사팀 소속 검사 10명은 시사주간지 <시사IN>과 주모 기자를 상대로 모두 6억원의 소송을 제기했다.
<시사IN>은 검찰의 BBK 사건 수사결과 발표 직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수사 검사가 회유, 협박했다”는 내용의 김씨 자필 메모를 보도했는데,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이 직접 소송을 낸 것이다. 검사 10명이 합해서 6억원이니, 검사들의 명예 값은 다른 유명인들에 비하면 무척 저렴한 편이었다.
정치권 소송의 기본단위도 억대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2006년에 노컷뉴스 운영진인 ㈜CBSi와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를 상대로 1억원의 명예훼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자신에 대한 오보 기사로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었다. 법원은 "피고들은 연대해 원고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1억원 가운데 5백만원만 인정된 셈이다.
<동아일보>의 국감향응 보도로 곤욕을 치렀던 한나라당 임인배 의원은 '성접대 의혹' 보도와 관련해 동아일보 사장과 사회부장, 해당 기자를 상대로 1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성접대 의혹'을 받은 정치인으로서야 어디가서 고개를 들고 정치하기 어려운 지경이 되었으니, 10억원을 받는다고 해결될 일일까 싶기는 하다.
그런가 하면 대통합민주신당의 손학규 대표는 한나라당 사무처 노조로부터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노조측은 "손학규 전 지사는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을 '군정 잔당세력'으로 매도하는 등 당의 명예를 심히 훼손하는 언사를 퍼부었다"면서 "이런 배신적 탈당행위와 명예훼손으로 인한 정신적 위자료 2억원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정치인이 탈당을 했다고 해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한 것도 보기드문 일이었다.
특별히 대단한 문제가 아니어도, 정치권에서의 소송액도 몇억원은 기본단위가 되어버린 모습이다.
절정은 이명박 당선인의 50억원 소송
지난 대선에서 명예훼손과 관련된 손해배상 소송은 주로 이명박 당선인 주변에서 나왔다. 아무래도 선두를 달리며 집중적인 공격을 받다보니 일어난 현상일 것이다.
이명박 당선인 부인 김윤옥씨는 지난해 대선 당시‘명품시계 착용 의혹’을 제기한 김현미 대통합민주신당 대변인을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착용하고 있던 시계는 시가 7만원상당의 국내 상표 시계임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마치 그 시계가 1500만원 상당의 명품시계로, 외국에서 밀수한 것처럼 허위 내용을 발표했다”며 “허위 사실 적시로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김씨는 주장했다.“피고는 명예훼손과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로 10억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지만 우선 그중 일부인 1억원만을 청구한다”는 것이었다.
거액 소송의 결정판은 이명박 당선인이 <한겨레>를 상대로 낸 50억원 짜리 소송. 이명박 당선인은 후보시절 소장을 통해 “한겨레가 BBK의 실소유주는 이명박 후보라는 김경준씨의 인터뷰 내용을 검증 없이 보도해 심각한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50억원이라면 <한겨레>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액수이기에, <한겨레>에 대한 이 당선인측의 격앙된 반응을 읽을 수 있다.
이명박 당선인의 처남인 김재정씨도 경향신문과 한겨레 등을 상대로 15억원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가 나중에 취하하기도 했다.
치열했던 대선과정은 후보와 관련된 명예의 값을 이렇게 크게 올려놓기도 했다. 정치권 안팎 인사들이 부르는 자신의 명예의 값도 크게 올라간 상태이니, 송일국같은 인기 연예인이 20억원 소송을 내는 것을 터무니없다고 하기도 어려운 세상인 것같다. 부르는게 값이 되는 것이 자신의 명예의 값인 모양이다.
이런 얘기 들으면 돈이 돈같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일인지 궁금하다. 그래도 우리 정치인들의 명예의 값이 1억이나 50억이 아니라 1백억도 넘는 때가 빨리왔으면 좋겠다. 단, 자신들의 일방적인 호가(呼價)가 아니라, 국민들이 인정해주는 값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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