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선진당 대구시당 창당대회 ⓒ 매일신문
자유선진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이회창 전 총재가 추운 겨울을 맞고 있다.
이 전 총재는 대선 때부터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해 일방적인 러브콜을 계속 보내왔다. 대선 직전에는 사전 약속조차 없이 박 전 대표 자택 앞에서 기다리는 애처로운 모습까지 보였다.
박근혜에 대한 미련을 버린 이회창
대선이 끝난 이후에도 박 전 대표를 향한 이 전 총재의 구애는 멈추지 않았다. 한나라당내 공천갈등이 격화되자, 이제나 저제나 박 전 대표가 당을 뛰쳐나오기만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결국 이 전 총재는 미련을 버리기로 한 모양이다. “박 전 대표와 연대하지 않겠다.... 이제 그 분의 입장과 저의 입장은 매우 다르다”고 했다. 더 나아가 “일각에서 구애라는 표현을 쓰는데 그 말은 듣기 거북하다. 이제 그 부분에 대해서는 더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구애라는 말에 대한 거북함을 표현할 정도라면 이제 박 전 대표를 향한 마음을 접기로 한 것같다. 탈당 가능성이 없어진 박 전 대표를 향해 계속 미련을 갖는 모습이 더 이상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회창 전 총재의 어려움은 박 전 대표를 떠나보내야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있다.
대선잔금 뇌관 건드리는 검찰
검찰이 대선잔금이라는 뇌관을 건드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이 전 총재의 차남 수연씨와 최측근인 서정우 변호사를 최근 출국금지시켰다. 이어 두 사람을 조만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하고 큰아들 정연씨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전 총재측이 ‘시사IN’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 대한 수사일 뿐이고 대선잔금 전반에 대한 수사는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창당을 앞둔 시점에 검찰에 의해 대선잔금 문제가 재론되는 상황 자체가 예사롭지는 않다.
이 전 총재는 “대선잔금 문제가 다시 거론되는 것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그는 “대선잔금 문제는 지난 대선자금 조사 때 충분히 조사돼 관계자 재판도 끝난 상황이다. 특히 지금은 창당을 며칠 앞둔 상황”이라고 항의했다. 자유선진당의 창당을 방해하려는 정치적 탄압이라는 의심이다.
마침 한나라당이 검찰을 거들고 나섰다. 이 전 총재 측의 반발에 대해, "단순한 고소.고발에 대한 검찰의 수사의지는 상대가 누구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존중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시사IN이 대선 잔금과 관련해 제기한 의혹을 규명하는 수사를 하는 것은 검찰의 당연하고, 단순한 직무행위"라는 것이다. 상황을 즐기는듯한 한나라당의 표정을 읽을 수 있다.
검찰의 움직임이 2002년 대선잔금 전반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상황은 일단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재 대선잔금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면, 다른 쪽에선 퇴임 이후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자금 문제에 대한 수사 목소리가 나올 수 있고, 정국이 다시 과거의 대선자금 문제로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도, 이명박 당선인도 원하지 않을 상황이다.
그럼에도 검찰의 움직임은 2월1일 창당을 준비중인 자유선진당에 적지않은 타격을 입히고 있다. 아무래도 검찰이 이 전 총재의 대선잔금 문제에 관심을 갖는 상황에서 그가 만드는 정당의 앞길에 대한 불안감이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회창, 시련의 계절 맞나
그렇지 않아도 자유선진당에 참여하겠다는 현역 의원들이 나타나지 않아 속을 태우고 있던 상황이었다. 한때 들썩이던 대통합민주신당의 충청권 의원들도 최근 들어서는 조용해진 상태이다. 한나라당 공천갈등의 봉합에 따라 한나라당 의원들의 합류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이다.
이대로 가면 자유선진당은 각 당의 공천에서 탈락한 의원들을 대상으로 이삭줍기에 나서야 할 듯하다. 그러나 각 당이 탈락시킨 사람들을 긁어모아 총선에 나서는 정당의 모습이 결코 신선해 보일리는 없다. 이회창 전 총재는 생각보다 어려운 상태에서 4월 총선을 치러야 할지 모르게 되고 있다.
그래도 이 전 총재는 선관위로부터 138억원에 달하는 대선비용을 보전받게 되어있다. 창당자금으로 아주 요긴한 돈이 될 것이다. 그러나 어디 돈만 있다고 창당이 제대로 되겠는가. 국민의 지지가 있어야 참다운 인재들도 모이는 법이 아니겠는가.
야당이라는 것이 춥고 배고파도 국민의 지지가 있어 힘을 내서 하는 것인데, 과거의 업보가 많은 이회창 전 총재에게 얼마나 그런 힘이 생겨날지 모르겠다. 이회창 전 총재는 시련의 계절을 맞고 있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자신이 선택한 자업자득의 결과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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