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연합뉴스>에 블로그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인터넷, 블로그의 환상에 `만신창이'>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블로그가 인터넷 커뮤니티의 핵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각종 부작용 또한 커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사 바로가기)
구체적인 사례로 최근 다음의 블로그 서비스인 블로거뉴스에서 메인화면의 베스트 글로 선정된 `곰플레이어안에 백도어있다?'라는 제목의 글이 소개되었다.
문제 지적은 타당, 그러나 블로거 전체 매도는 곤란
이 글은 그래텍의 곰플레이어가 설치과정에서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빼내는 불법 백도어 프로그램의 일종을 명확한 설명 없이 포함시켰다고 주장했지만, 이 주장은 기존의 검증되지 않은 가설과 개인적인 추측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기사는 지적하고 있다.
결국 근거없는 글이 인터넷을 떠돌았고, 억울하지만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는 해당업체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아니다. 정확한 근거없이 작성된 포스트가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여 관련업체에게 부당한 피해를 입혔다면 그래서는 안될 일이다. 블로거의 책임성, 그리고 편집자의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 그 점에 관해서는 조금도 이의를 제기할 생각이 없다.
문제는 이러한 지적이 블로거 전체에 대한 편견과 매도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는 이와 관련해 블로그의 급성장과 함께 일부 누리꾼들이 책임의식 없이 유명세나 돈벌이를 위해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있는 것을 중요한 배경으로 풀이했다.”
“실제로 최근 우후죽순 늘어난 블로그들은 거의 모두가 구글의 애드센스 등 클릭당과금(CPC) 방식의 광고를 채택하고 있어 더 많은 클릭을 유도하기 위한 `낚시성' 게시물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여기에 일부 유명 블로거가 광고 수익으로만 매달 수십만~수백만원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같은 행위가 더욱 성행하고 있다.”
“포털이나 메타블로그업체 등 역시 블로그의 영향력에 걸맞는 여과장치를 갖추지 않은 채 이같은 현상을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누리꾼은 소위 `파워 블로거'로서의 유명세와 권위를 꿈꾸며 활동하고 있지만 특정 분야의 전문적 지식이나 경험 없이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사례 또한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블로그는 올드 미디어와 다른 새 역할 할 수 있다
블로거들에 대한 모독으로까지 느껴지는 내용들로 가득차있다. 물론 이 기사가 지적한 문제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잘못된 정보의 유포, 클릭수만 올리기 위한 ‘낚시’ 행위 등의 문제는 실제로 존재한다.
그렇다고 굳이 블로그가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고 할 이유는 무엇이고, 블로거들의 정당한 광고유치를 마치 잘못된 블로그 문화의 원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블로거들이 그렇게 눈앞의 사욕에 사로잡혀 절제하지 못하는 사람들인가. 우리가 블로그를 하는 이유가 그것이란 말인가.
내 경우 블로그를 운영한지 아직 한달 반밖에 되지않는 신참 블로거이지만, 우리의 블로거스피어가 그렇게까지 매도되어도 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내가 보아온 바로는 그러하다.
기사가 지적한 것과 같은 부작용들에 대해서는 분명 공감한다. 그러나 동시에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고 있는 블로거들이 보여주고 있는탄탄한 내용, 전문가는 아니지만 진솔한 자기 이야기를 담고 있는 글들을 보면, 기존의 미디어가 하지 못하고 있는 새로운 역할을 블로그가 하고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1인 미디어와 블로그 저널리즘의 꿈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님을 현실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블로거들의 글 내용이 기존 미디어에 기사화되는 경우를 많이 발견하게 된다.
블로그의 급속한 성장에 따른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촉구하는 것은 좋지만, ‘블로그의 환상’이니 `만신창이'니 하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블로거들을 폄하하는 것은 너무 나간 것이 아닐까. 이렇게 오버하는 주장 또한 올드 미디어가 갖고 있는 자기과신의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우리 블로거들은 자신의 글에 대한 책임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기존의 언론들도 블로거들을 존중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연합뉴스의 이번 기사는 몹시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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