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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비평

김인규 사장을 향한 KBS 축구중계 카메라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어제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을 가졌다. 조광래 신임 감독의 데뷔전이라 관심을 모았었는데 2대 1의 승리를 거두는 기쁨을 맛보았다.

그런데 승리의 기쁨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들이 전해졌다. KBS TV를 통해 축구중계를 보던 시청자들의 불만이 트위터에 올라오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축구중계를 하는 카메라가 자꾸 KBS 김인규 사장의 모습을 내보낸다는 것이다. 나는 다른 일을 하고 있어서 축구중계를 볼 엄두는 내지 못했고, 오늘 아침에 확인을 해보았다. 한편으로는 설마하는 생각도 들었기에 정확히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트위터를 통해 제보를 요청했다. 어제 밤 축구중계를 본 분들은 그 상황을 구체적으로 전해달라고 트위터 친구들에게 부탁했다. 그랬더니 순식간에 많은 멘션들이 쇄도했다. 축구중계를 하던 KBS 카메라가 자기 회사의 김인규 사장을 비춘 것은 사실이었고, 그것도 여러 차례에 걸쳐 그랬다는 것이다. 2차례 보았다는 제보도 있었고 3~4차례 정도 되었다는 제보도 있었다. 그 때마다 ‘김인규 사장이 지켜보고 있습니다’라는 식의 아나운서 멘트까지 있었다고 제보한 분들은 전했다. 게다가 귀빈석에 앉아있던 국회의원들까지 화면에 등장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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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멘션을 통해 전해진 제보들. 시청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맙소사! 상상을 초월하는 장면이었다. 방송의 사유화라는 것은 이런 모습을 가리켜 사용해야 할 말일 것이다. 국가대표팀 축구중계하고 있는데, 거기에 왜 KBS 사장이 자꾸 등장해서 시청자들이 그의 모습을 봐야하는 것인가. KBS 사장이 무슨 대통령이라도 되는가. 아니, 설혹 대통령이라고 해도 우리는 축구중계 보다가 엉뚱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기를 원하지 않는다.

트위터에서는 어제 KBS 중계차로 전화가 온 것 같다는 얘기가 전해지기도 했다. 그것이 사실인지는 내가 확인할 수 없지만, 최소한 카메라감독의 판단만으로 그렇게 김인규 사장을 자주 비쳤을 것 같지는 않다.

KBS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내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KBS 사장은 공영방송의 역할 책임지라고 있는 것이지, 걸핏하면 자기 얼굴 TV에 내보내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정말 과거 전두환 시절에나 보았던 KBS의 모습을 다시 보는 것 같아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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